현대차그룹, 美 전기차 시장 겨냥 신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구체화…글로벌 업체와 전략적 동맹 추진 밝혀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터리 생산 신규 합작법인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업계 관계자 등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인됐다. 기존의 배터리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외에도 글로벌 배터리 업계 최대 규모인 중국 CATL 등 여러 후보군과 신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라는 구체적인 정황도 추가로 확인되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와 핵심소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조달하고 생산해야 한다. 이 조항은 사실상 중국 중심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제동을 걸고 있으며, 미국에서 전기차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현대차그룹이 전략적 대응에 적극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 주 사바나에 투자 규모 약 55억 달러(한화 7조 원)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를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여 미국 시장에서의 현지화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지 전기차 공장만으로는 IRA 요건 충족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배터리 가장 핵심적인 소재 조달과 제조에도 추가적인 현지화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신규 배터리 합작 공장은 기존 투자 발표보다도 규모가 큰 약 3조~4조 원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한층 더 본격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번 합작공장 후보지로는 현재로서는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등 미국 남부 지역에서 입지를 검토하는 단계로 전해졌다. 미국 남부 지역은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미 생산거점을 세우고 있어서 생산비 절감과 인력 충원 등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지아 주는 현대차가 이미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지역으로 물류와 협력업체 관리에서 가장 효율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논의과정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현대차가 기존 국내 배터리 협력사 외에도 글로벌 최대 규모의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이다. CATL은 중국 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서도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배터리 생산기업으로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중 간 무역 마찰 심화 및 IRA 법안의 공급망 요구조건 때문에 CATL이 직접 미국에서 생산기지를 독자적으로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기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검증된 국내 파트너사 외에도 글로벌 선두기업인 CATL과 합작법인을 고려함으로써 두 가지 전략적 이득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는 현대차의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및 비용경쟁력 강화이며, 두 번째는 CATL 측이 미국 시장 간접 진출 통로를 확보해 별도 법적 제약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미 행정부가 중국 기업과의 직접적인 협력관계에 대해 다소 까다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최종 합작 기업으로 CATL을 결정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와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가 개선될 여지를 신중히 평가하고 있어,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의 추가 협력 확대 또는 일본 파나소닉 등 타 아시아권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 손잡는 선택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 전문가는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본토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사바나에 조성 중이며, 최근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 주요 전기차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어 성공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 시 테슬라, 포드, GM과 같은 현지 주요 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만한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 요건 충족을 통해 이른바 '메이드 인 USA' 전략을 위한 확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합작 공장의 설립 시점은 구체적으로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초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배터리 공장을 확정하고 생산 가동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이를 가능한 빠르게 진행하려는 의욕이 크다"고 전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산업 활성화와 공급망 지역화를 권장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국에서 현지 생산기지 확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대차가 이번 배터리 신규 합작법인 설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미국 시장에서의 장기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는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전환 과정에서도 더욱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결정과 최종 발표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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